오랜만에 들은 벗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차분했다.
예전처럼 마냥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, 그저 고민할 뿐도 아닌.
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한 것에 대한 확신.
듣는 이 마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무언가가 목소리안에
담뿍 담겨있었다.
[건강해야 해. 꼭.]
예전부터 하나도 바뀌지 않은 그 인사 그대로를 마지막으로
전화가 끊기고 잠시 의자에 몸을 주욱 기대본다.
그 전화 때문일까, 아니면 한국에 내렸다는 첫 눈 때문일까.
벗들이 모습이 가슴에 사무친다.
너무나 그립고, 너무나 보고 싶어 쉬이 잠조차 이루지 못할 것 같다.
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, 그저 같은 시간, 같은 장소에 있다는
것만으로 교감하고 몇시간이고 보낼 수 있는 벗들이 그립다.
날이 부쩍 추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그들과 자주 가던
오뎅바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일까.
일이 끝나고 다들 모이기를 기다리며 찬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다
오뎅바의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서면 맞이해주는 후끈한 공기에
한 숨 돌리고, 주인 아주머니가 건네주는 뜨끈하게 데운 청주
대포잔을 받아들면 따스한 향이 뇌속까지 후욱 파고든다.
잠시 향에 취해있다 한모급 들이키면 가슴속까지 스며든 냉기를
언제 그랬냐는 듯 풀어헤쳐 버린다.
그때부터, 이야기가 시작된다.
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때까지의 침묵이 순식간에 깨어져나간다.
꾸미지 않아도, 다잡지 않아도 나를 보아주는.
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아주는 그들이 그립다.
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다시 한번 그렇게 술잔을 맞댈 수 있을까.
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.